여름밤 별빛 사이를 빠르게 옮겨 가는 작은 점을 발견하면, 그 천체가 어떤 모양으로 돌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소행성은 너무 멀어 망원경으로도 표면을 직접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밝기가 되풀이해 변하는 모습을 통해 자전 주기와 형태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회전이 내부 구조를 드러내는 이유와 햇빛이 오랜 시간 자전을 바꾸는 과정도 살펴봅니다. 낯선 천문 용어도 쉬운 말로 풀어봅니다.

1. 밝기 곡선에 남는 자전의 흔적
소행성은 대부분 망원경 사진에서 별처럼 작은 점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길쭉하거나 표면의 밝기가 고르지 않은 천체가 자전하면 지구 쪽으로 빛을 반사하는 면적이 달라져 밝기도 주기적으로 오르내립니다. 관측한 밝기를 시간 순서로 나타낸 그래프를 광도곡선이라고 합니다. 그래프가 되풀이되는 간격을 분석하면 자전 주기를 추정할 수 있고, 밝기가 크게 변하는 폭은 천체가 얼마나 길쭉한지 가늠하는 단서가 됩니다.
불규칙한 소행성은 한 바퀴 도는 동안 밝기가 두 번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패턴을 보이기도 합니다. 길쭉한 몸체가 관측자 쪽을 향하는 면적이 회전 중 두 차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래프의 봉우리 간격을 그대로 자전 주기로 오해하지 않도록 반복되는 전체 주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밝기 변화가 곧바로 모양을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관측 방향, 표면의 밝고 어두운 무늬, 위성의 영향도 신호에 섞일 수 있죠. 그래서 여러 밤에 걸쳐 관측한 광도곡선을 비교하고, 레이더 관측이나 다른 파장의 자료와 함께 해석합니다. 직접 윤곽을 분해하지 못해도 반복되는 빛의 패턴에서 회전과 형태를 알아내는 셈입니다. 관측 시각과 시야 방향을 바꾸어 자료를 모으면 추정의 신뢰도도 높아집니다.
2. 빠른 회전이 알려주는 내부 상태
자전이 빨라질수록 천체 표면의 물질은 바깥으로 밀리는 효과를 받습니다. 단단한 암석 덩어리는 재료의 강도로 버틸 수 있지만, 큰 바위와 자갈이 약한 중력으로 모인 파편 집합체는 회전이 빨라지면 바위가 움직이거나 일부 물질을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전 주기는 내부가 얼마나 단단히 결합되어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간접적인 기준입니다. 다만 회전 속도 하나만으로 내부 구조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큰 소행성 가운데 자전 주기가 약 2시간보다 짧은 천체가 드문 현상은 ‘2시간 장벽’으로 불립니다. 느슨한 파편 더미가 중력만으로 빠른 회전을 버티기 어렵다는 해석과 관련되지만, 작은 천체는 암석 사이의 응집력이나 마찰로 더 빠르게 돌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간은 모든 소행성에 적용되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 크기와 구조를 함께 살펴볼 때 쓰는 관측상의 경향입니다. 크기가 다른 천체는 같은 주기로 돌아도 중력과 재료의 강도가 다르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비교할 때는 크기와 밀도를 함께 고려해야 하죠. 빠른 회전 자료는 소행성이 단단한 한 덩어리인지, 느슨한 잔해가 모인 몸체인지 구별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NASA는 빠르게 도는 소행성의 분열 가능성과 구조를 관측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3. 햇빛이 바꾸는 회전과 표면
소행성의 자전은 만들어질 때 정해진 채 영원히 유지되지 않습니다. 표면이 햇빛을 흡수한 뒤 열을 적외선으로 내보낼 때, 불규칙한 모양에서는 방출 방향이 균형을 이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천체에 돌림힘을 가해 자전 속도나 회전축 방향을 바꾸는데, 이를 YORP 효과라고 부릅니다. 변화는 매우 느리지만 긴 시간 동안 누적되면 회전이 빨라지거나 느려질 수 있습니다.
회전이 계속 빨라지는 파편 집합체에서는 표면 물질이 적도 쪽으로 이동하거나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올 수 있습니다. 떨어진 물질이 천체 주변에 남아 다시 뭉치면 위성이 생길 가능성도 있지만, 모든 소행성 위성이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충돌 등 다른 형성 경로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자전 주기뿐 아니라 천체의 모양과 위성의 궤도, 표면 바위 분포도 함께 살핍니다. 비슷한 이름의 야르코프스키 효과가 궤도를 조금씩 움직이는 힘이라면, YORP 효과는 주로 자전 상태를 바꿉니다. 두 현상은 열 방출에서 비롯되지만 관측하는 결과가 다릅니다. 햇빛의 미세한 작용이 오랜 시간에 걸쳐 표면과 회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생각보다 놀랍지 않나요? [NASA의 설명에서도 햇빛이 소행성의 자전을 빠르게 하거나 늦출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4. 마무리
소행성의 자전은 멀리 있는 천체의 모양과 내부 상태를 알아보게 해주는 관측 단서입니다. 밝기가 반복해서 변하는 광도곡선에서는 자전 주기와 길쭉한 정도를 추정할 수 있고, 빠른 회전은 천체가 단단한 암석인지 느슨한 파편 집합체인지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만 하나의 측정값만으로 속을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레이더와 위성 궤도, 표면 관측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관측 방향이 바뀔 때 밝기 곡선도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모양을 더 정확히 추정하는 데 특히 중요합니다.
햇빛도 YORP 효과를 통해 아주 천천히 소행성의 회전과 회전축을 바꿉니다. 그 변화가 쌓이면 표면 물질이 이동하고 천체의 모양까지 달라질 수 있죠. 그러니 다음에 소행성 사진을 볼 때는 그저 울퉁불퉁한 돌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얼마나 빠르게 돌며 어떤 힘이 그 모습을 만들었을지 떠올려 보세요. 맑은 밤에 별빛 사이를 지나는 작은 점을 만난다면, 그 빛의 변화에도 긴 시간에 걸친 움직임이 담겨 있을지 모릅니다. 광도곡선 하나가 오랜 시간의 물리적 변화를 품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보이지 않는 천체의 내부를 상상하는 관측도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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